한국과학기술원(KAIST) 고동연 교수 연구팀이 상온에서 작동하는 분리막 기술을 개발해 전통적인 가열식 원유 정제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기술은 에너지 소비를 31.6% 줄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7.6% 감축할 수 있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KAIST 연구팀은 선택층 코팅 기술을 적용한 분리막을 개발했다. 기존 증류 방식은 원유를 섭씨 100도 이상으로 가열한 뒤 끓는점 차이를 이용해 성분을 분리하는 원리인데, 새로운 기술은 상온에서 막의 특정 성분만 투과시키는 방식으로 같은 결과를 얻는다.
연구팀이 제시한 성과지표는 구체적이다. 기존 증류 공정 대비 에너지 절감율은 31.6%,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은 37.6%에 달한다. 이는 정유산업이 소비하는 막대한 에너지 비용과 환경 부담을 크게 경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원유 정제는 근대 산업화 이후 100년 이상 끓이는 방식으로 진행돼왔다. 고온 가열 공정은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대표 사례로 꼽혀왔고, 동시에 개선의 기술적 난제로 남아 있었다. 이번 연구는 선택층 코팅이라는 산업적 난제를 극복함으로써 오랜 공정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성과다.
기술 혁신이 논문 발표로 끝나지 않고 상용화에 이르려면 스케일업과 경제성 검증이 필수다. 현재 선택층 코팅 기술의 산업적 적용 가능성이 입증된 만큼, 정유·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서의 활용 전망을 가늠할 수 있다. 다만 기존 시설 대체에 따른 비용과 도입 시간은 별도의 과제다.
이 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진행될 경우 정유산업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은 물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